주니어닥터 - 우주의 숨바꼭질 숨겨진 물질을 찾아라
성림초등학교 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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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수수께끼 품은 미지의 검은 에너지 '암흑물질'을 찾아라
입력 2018.09.06. 03:36 댓글 3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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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없는 '제5의 힘' 찾는 과학자들
[서울신문]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어떤 존재가 강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우주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과 행성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 물질은 5% 이하이고 나머지는 미지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암흑물질이 지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미국항공우주국(NASA)·JPL-칼텍 제공
빛 공해가 없는 시골에서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면 수많은 별들이 눈 안으로 한가득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데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별과 별 사이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실제 우주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유령 같은 존재가 별과 별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일반 물질’은 약 4~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5~96%는 베일에 감춰진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은 1933년 프리츠 츠비키(1898~1974)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교수가 처음 제기했다. 츠비키의 주장은 당시 과학자들에게 무시돼 20년 이상 잠들어 있다가 1950년대 말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쿠퍼 루빈 박사가 애리조나 키트피크 천문대에서 은하 내부 별의 회전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조명됐다.
은하를 이루고 있는 별들은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있는데 기존 중력 법칙에 따르면 별들의 속도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느려져야 한다. 그런데 루빈 박사의 관측에 따르면 은하 중심부 별들과 바깥쪽 별들의 속도가 거의 같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중력 법칙을 수정해 이런 현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중력 법칙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력 법칙이 부분적으로라도 틀렸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물질의 존재를 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연구단이 2016년 2월 중력파 관측 성공을 선언함으로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현상 중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숙제가 풀렸다. 중력파 발견 이후 과학계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탐색을 위한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입자를 발견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도 향후 연구 대상으로 암흑물질을 지목했다.
지난 3일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 산하 프라스카티 국립실험실은 암흑물질 탐색을 위한 ‘파드메’(PADME)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파드메’ 실험은 ‘양전자 소멸을 통한 암흑물질 실험’의 준말이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 현재 물리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4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아닌 ‘제5의 힘’에 민감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제5의 힘은 ‘암흑광자’(Dark photon)에 의해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암흑광자를 찾게 되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흑물질의 직접 검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암흑물질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물질을 찾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마우로 라지 박사는 “현대 과학으로도 우주의 90% 이상이 어떤 것으로 구성돼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며 “우주의 90%를 좌우하는 제5의 힘을 발견한다면 우주를 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암흑물질 검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로 알려진 중성미자 연구를 위해 강원도 정선 신동읍 한덕철광 부지 일대 지하 1100m 깊이에 2000㎡ 규모의 실험공간을 건설 중이다. 지하실험연구단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암흑물질인 ‘윔프’의 신호를 찾기 위해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서 윔프 검출 실험도 진행 중이다. IBS 지하실험연구단 관계자는 “지하 깊숙이 들어갈수록 실험에 방해가 되는 물질이 줄어 검출기 민감도가 높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물질을 예상치 못하게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도 CERN과 함께 또 다른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 검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9테슬라(자기장 세기의 단위)급의 강력한 자석을 개발 중이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을 만나면 빛을 내는 광자로 바뀐다고 예측되고 있어 9테슬라급 자석으로 태양에서 날아오는 액시온을 검출하겠다는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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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변신은 무죄 - 중성미자를 찾아 떠난 과학자들 그리고 노벨상 이야기
▲코시바 교수는 카미오칸데 검출기를 이용해 초신성 1987A에서 방출된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 NASA
중성미자는 수수께끼의 소립자로 ‘유령입자’라 불린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의 변신을 확인한 두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노벨상이 중성미자와 관련된 업적을 거둔 연구자들에게 수여된 것은 벌써 네 번째다. 중성미자 연구 분야는 가히 ‘노벨상 화수분’인 셈이다. 인류가 중성미자의 베일을 벗겨온 스토리에 귀기울여보자.▲1970년에는 중성미지가 수소 거품상자에서 처음 포착되기도 했다. © Argonne National Laboratory
중성미자는 1930년경 오스트리아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불안정한 원자핵이 베타붕괴를 할 때 에너지와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입자이다. 문제는 중성미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도 전하를 띠지 않아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심지어 지구도 그냥 관통해 지나갈 정도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는 관측하기 힘들어 ‘유령입자’라 불렸다. ‘유령입자’ 중성미자의 꼬리가 밟힌 것은 1956년이었다. 미국 물리학자 프레데릭 라이네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핵발전소 근처에서 중성미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는 이 덕분에 199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1950년대 중성미자를 처음 검출했을 당시 미국 국방부는 중성미자를 이용한 잠수함 통신 기술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물속에서는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수함이 수면 부근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를 잠수함과의 통신에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했던 것이다.
매초 700억 개가 엄지손톱만한 면적으로 지나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빛 입자인 광자 다음으로 많다.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 때 나오는 중성미자는 매초 700억 개가 엄지손톱만 한 면적을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중성미자는 태양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빛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초신성이 폭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중성미자는 세 종류로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가 있으며, 각각에 대해 스핀 방향이 반대인 반중성미자가 존재한다. 특히 미국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 멜빈 슈왈츠, 잭 슈타인버거가 1962년 뮤온 중성미자를 발견했는데, 세 사람은 이 덕분에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레이먼드 데이비스 교수와 일본의 마사토시 고시바 교수는 태양과 초신성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해 우주를 보는 인류의 시야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2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지구를 통과하는 중성미자 1조 개 중에서 단 1개가 관측될 확률을 뚫고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잡아냈던 것이다.
두 과학자는 우주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 땅속 광산에 검출장치를 설치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깊은 금광에, 다량의 염소가 포함된 액체로 가득한 거대한 탱크를 설치하고,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25년간 불과 2000개의 중성미자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째 보면 중성미자는 금보다 훨씬 값비싼 셈이다. 고시바 교수 역시 일본 도쿄 서쪽에 위치한 카이오카 광산의 깊은 곳에, 정제된 물 3000톤을 채운 거대한 탱크를 두고, 중성미자 관측을 시도했다. 이 검출기는 ‘카미오칸데’라 불린다. 고시바 교수는 카메오칸데 검출기로 1987년 초신성이 폭발했을 때 나온 중성미자를 최초로 검출했고, 1988년 태양 중성미자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사라지지 않고 단지 변신할 뿐?!
그런데 태양 중성미자는 과학자들을 괴롭혔다.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의 양은 태양 질량을 토대로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이렇게 산출한 중성미자의 양이 실제 지구에서 관측되는 중성미자의 양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혹시 중성미자가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도중에 사라진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수수께끼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중성미자의 ‘진동변환’이란 가설을 도입했는데, 이는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서로 변환한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방출된 전자 중성미자의 일부가 지구로 날아오는 중간에 뮤온 중성미자로 바뀌면서(즉 진동변환이 일어나면서) 지구에서 포착된 전자 중성미자의 양이 줄었다는 것이다.
중성미자의 ‘진동변환’은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 교수와 일본의 카지타 다카야키 교수가 발견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캐나다 서드버리 지역에 있는 탄광의 깊은 곳에 물보다 무거운 중수 1000톤을 채운 탱크를 설치하고, 태양 중성미자에서 진동변환으로 생긴 중성미자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카지타 교수는 카미오칸데보다 20배가량 더 큰 검출기 ‘슈퍼카미오칸데’를 건설해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중성미자 진동변환을 확인했다.
중성미자 진동변환에서 한 종류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얼마나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변환상수’라고 한다. 세 종류의 중성미자 사이에는 변환상수 3개를 측정할 수 있다. 맥도널드 교수는 뮤온중성미자에서 타우중성미자로 바뀌는 변환상수를 측정했고, 카지타 교수는 전자중성미자에서 뮤온중성미자로 바뀌는 변환상수를 측정했다. 나머지 하나는 타우중성미자에서 전자중성미자로 바뀌는 변환상수였다. 그런데 타우중성미자에서 전자중성미자로 바뀌는 정도가 유달리 작아, 관련 변환상수는 한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마지막 변환상수와 남은 미스터리
▲1970년에는 중성미지가 수소 거품상자에서 처음 포착되기도 했다. © Argonne National Laboratory
마지막 중성미자 변환상수는 2012년 한국의 ‘원전 중성미자 진동변환 실험(RENO)’과 중국 ‘다야 베이(Daya Bay)’ 실험에서 측정됐다. 특히 서울대 김수봉 교수가 이끄는 RENO 연구진은 영광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근처에 2대의 검출기를 설치하고 마지막 중성미자 변환상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중성미자 진동변환에 관련된 3개의 변환상수도 모두 밝혀졌다.
하지만 중성미자 진동변환에서 몇 가지 이상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원자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이다. 즉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반중성미자 생산율이 예측치보다 약 6% 적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기존에 알려진 세 종류의 중성미자 진동변환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연구자들은 3종류의 중성미자 이외에 또 다른 중성미자가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네 번째 중성미자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
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비활성 중성미자’라고도 한다. 미지의 중성미자를 찾기 위해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단거리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NEOS)’을 진행 중이다. 이는 원자로에서 27m 떨어진 곳에 검출기를 설치하고 전자 반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성미자는 여전히 여러 가지 난제를 품고 있는 연구대상이다. 그중에는 현재 우주에서 반물질이 사라지고 물질만 존재하게 된 이유, 각 종류의 중성미자는 질량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연구진은 중성미자의 질량 순서를 결정하는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중성미자와 관련해 어떤 난제가 풀릴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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